저는 이번 글이 제 대상 수상의 비결이라 해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열정적이고 의지할 수 있는 좋은 팀원을 어떻게 구했는지
든든이들이 만나게 된 배경을 샅샅히 설명드리겠습니다.
합격메일을 받다
뭐 떨어질 거라 생각을 못했어서 합격 메일은 별로 감격적이진 않았습니다.
합격 시켜준다고 뭐가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아마 다 합격하지 않았을까요? 흐흐 (2021 MSW는 뭐 떨어졌음.. 200만원..)
제 친구 A와 함께 지원했었는데, A 도 합격했었습니다.
OT
우선 어떤 식으로 해커톤이 진행되는지 OT가 있었습니다.
대회가 4인 1팀 체제로 구성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팀빌딩이 ... 모르는 사람들과 자발적 빌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안내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 어떻게 모르는 사람이랑 팀을 만들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팀원을 구하는 방법은 바로바로 '공식 해커톤 디스코드' 였습니다 !!!
지금 확인해 보니 디스코드 채널은 남아 있는데 스레드가 비공개되었네요.
디스코드 채팅방 중에, 위치적으로 가까운 팀원을 구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지역별 구인방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서울경기권이 불타고 있었고, 저 또한 서울 구인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팀빌딩
자율 팀빌딩 기간은 굉장히 짧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4일 정도의 기간만이 주어졌던 것 같아요.
덕분에 저는 강의 시간에도 강의에 집중할 수 없었답니다 ㅠ_ㅠ
팀빌딩은 최대 4인 1팀으로 제한되었습니다.
3인 팀을 구성한 후, 아트 지원자들 중에 한 명을 모집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렇게 함!)
MSW에는 이미 많은 아트 에셋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4인 개발팀으로도 팀빌딩이 가능했습니다.
이력서 전쟁 시작
OT가 종료됨과 동시에 디스코드가 활활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어떻게든 열정 있고 좋은 팀원을 구해보고자 이력서를 제출했습니다ㅋㅋ
정말정말 진풍경이었습니다. 매 초마다 새로운 이력서가 올라왔습니다.
초기에는 약 700명의 대학생이 해커톤에 참전했으니 그럴 만 하지요 !
그런데 이력서 적기가 굉장히 애매했습니다.
내가 해온게 부족해서 .. 이력서 쓸 내용 만드려고 해커톤에 참가한거니까... 쓸게 어디 있습니까 ...
이력서에 쓸 내용이 너무 없었습니다. 😭
열정만을 적기에는 내 바로 앞, 뒤에 이력서를 올린 사람과 너무나도 적나라한 비교가 되었습니다.
나는 열정만 적었는데, 앞뒤로 능력자가 이력서 올려서 사이에 껴 있는 기분 ^^ ... 상상이 되시나요 ...
내가 썼던 이력서
구체적으로 모든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저는 대략 이런 것들을 어필했습니다.
-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다는 점
- MSW로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 어렵지 않게 코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 어디에서 오프라인 미팅을 하던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점
- 게임 디자인 지역 해커톤에서 대상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점
- 교내 코딩 경진대회, 교내 캡스톤디자인 경진대회에서 입상했던 경험
어 나 생각보다 괜찮네 ..?
남을 평가하다 ...
MSW 에 출시한 게임이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10분정도께 연락을 받았고, 그 중 세 분 정도와 마음이 맞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 어느 분이 저와 가장 잘 맞을 지 고민을 하다 보니,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 그분들의 이력서뿐이 없었습니다.
그분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인간적인지, 능력이 있는지 ... 완전히 처음 뵙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만으로 한계를 느끼자, 처음으로 남의 이력을 열람하여 열정과 능력에 대해 조건을 따져 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진짜 이상한 기분이었습니다 😳 매번 평가받던 제가 평가를 하게 되다니 ..
그래도 평가를 안 할 수는 없었습니다.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을 동고동락 해야 하는 사이인데, 아무나와 팀을 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가 기준
제 평가 기준은 이랬습니다.
'믿을 수 있는 팀장을 찾자.'
해커톤에 지원할 당시, 저는 팀원으로 참여해본 프로젝트가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팀장이 되었기 때문에, 저는 제가 회사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팀원이 될 텐데 ... 제가 좋은 팀원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팀을 빛내는 좋은 팀원이 되어 보기로 결정하고, 팀장이 되어줄 분을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팀장을 맡아주시지 않을 분께는 팀빌딩 거절 의사를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어, B님
처음으로 팀빌딩을 고려했던 분은 B님이셨습니다.
B님은 동갑내기 명문대생이셨고, 저와 같은 전공을 하고 계셨던지라 이야기가 정말 잘 통했습니다.
인간적으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고, B님과 함께라면 즐거운 팀을 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B님께서는 팀장을 원하시지 않았을 뿐더러, (정확히는 상관 없다고 하셨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B님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의문이 생겼습니다.
B님께서는 '매크로 방지 뚫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계셨습니다.
물론 저도 한 때 이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아래는 그때 적었던 글이고요.
https://develop-jen.tistory.com/9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 생각한 내용
index 1. (사담) 수강신청 폭망 2. 매크로 프로그램의 문제점 3. 매크로 방지문자 자동입력 프로그램의 문제점 4. 게임 사업장의 문제점 💀 수강신청 폭망 수강신청에 폭망했다. 가슴이 찢어질 것
develop-jen.tistory.com
위 글에서 나타나 있듯, 여러 고민을 하게 되었고,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B님과 생각하는 방향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재미있고 좋은 동료가 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B님께 팀 빌딩을 거절드렸습니다.
물론 그 후에도 개발하는 동안 종종 연락을 하며 고민을 나누는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ㅎㅎ
두 번째 인터뷰어, C님
그 다음으로는 C님과 팀빌딩을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C님께서는 청강대학교에 재학 중이신 분이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청강대학교 분들을 굉장히 선망하고 있습니다 ...
청강대학교는 1학년 과목 중에 보드게임 만들기가 있대요 ... 진짜 너무 멋진 한우물 파기 학교 ... 솔직히 청강대 안 간거 후회됩니다.
다른 대학교 재학생들보다 게임 개발에 깊은 이해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심지어는 대표를 자처하신 분도 정말 멋진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팀원 분이셨습니다.
해당 개발자분께서는 해커톤 참가 이유가 '그냥'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심지어는 해커톤에 대한 우선순위를 굉장히 낮게 설정할 것이라며,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못해도 이해해 달라고 엄포를 하셨습니다.
저는 물론 대학교도, 동아리도,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도 중요했지만 해커톤에 조금 더 신경을 쏟고 싶었습니다.
팀장님께서는 저의 열정을 높게 판단하시고, 꼭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지만 😭 (저 정말 팀장님 너무 좋았는데)
해커톤에 참가한 목적이 팀원들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팀 합류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마지막 인터뷰어, 원석님
마지막으로 제가 팀 합류 제안을 받아들인 분은, 지금의 든든한 팀장 원석님이셨습니다.
처음부터 원석님께서는 100% 해커톤에 올인할 계획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도 정말 그렇게 하셨고요... 진짜 능력자... 최고...
기획에 대해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갖추고 계신 분이었고, 단체 채팅방과 미팅에서 대화의 흐름을 유연하게 이끌어주시는 점이 정말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너 내 팀장이 돼라 !!)
무엇보다 단순 해커톤 이력서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퀄리티의 이력서를 notion 페이지로 제작하여 제출해주셨던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얼굴 사진도 있었습니다 ㅋㅋ)
그렇게 팀에 바로 합류하려고 했으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친구 A를 포기하고, 홀로 참전하다
문제점은, 함께 참가한 대학교 친구 A였습니다.
A와는 다른 공모전을 함께 참여하여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경험이 있었기에, 이 친구와 함께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면 익숙한 형태로 완성까지 끈기있게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원석님이 꾸린 팀은 이미 4명의 팀원이 전부 구해져 있었기 때문에, 원석님의 팀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A를 배신(?) 해야 했습니다..
당시 삼국지를 재미있게 보고 있던 저는 친구와의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열정적으로 팀원을 구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제가 편한 것만 추구하는 열정 없는 한심한 놈으로 느껴졌습니다...
또, 남은 대학생활 기간 동안 '모르는 이들과 프로젝트라는 목표를 위해 모인다는 경험'을 다시 해보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에
의리를 저버린 금수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
A는 사실 다음 학기 일정이 바쁠 것 같았다며 저를 용서해주었습니다.
진짜 천사 ...
근데 나 대상탔다 친구야.. 미안하다..
그렇게 처음 모인 든든이들 !
그렇게 모인 든든이들의 첫 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각자 돌아가며 자기 소개를 했고, 소개를 마칠 때마다 어쩜 이리 든든하냐며 입을 모아 칭찬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아니 이런 든든이들을 봤나... 이렇게 된거 팀명 든든이들은 어때요?" 라고 스치듯 말하게 되었고, 결국은 정말로 팀명을 든든이들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남은 사람들의 팀빌딩
곧이어 팀원을 전부 몹지 못한 사람들의 랜덤 매칭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팀이 있었기에 잘 모르겠지만, 랜덤 매칭은 3~4회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랜덤 매칭 1회가 완료되자,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방법이 안내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해커톤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중도 포기자들 ...
시작은 700명 가량으로 시작했다던 해커톤이, 마지막 날이 되자 500명 남짓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랜덤 매칭 직후, 문의방에는 '랜덤 매칭된 팀원이 연락이 안 돼요...' 하는 식의 문의가 쏟아졌습니다.
나중에 최종 팀빌딩 결과지를 보았을 때에는 참가자 수가 현저히 줄어 있었고, 해커톤 종료 후 수료자 명단을 보니 약 500명 정도만이 해커톤을 완주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은 굉장히 길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저는 팀을 꾸리는 일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제 능력만으로 대상을 탔다고는 절대절대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팀을 꾸리는 동안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제가 했던 결정들이 너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다른 분들께서도 신중하게 팀원을 고르셔서 좋은 팀을 꾸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끝까지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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